심재(心齋): 4(인간세)편 중에서
回曰 敢問心齋
(회왈 감문심재)
안회가 말하였다. "마음의 재계에 대해 여쭙겠습니다."
仲尼曰 若 一志 無聽之以耳 而聽之以心 無聽之以心 而聽之以氣
(중니왈 약일지 무청지이이 이청지이심 무청지이심 이청지이기)
공자가 대답하였다. "너는 뜻을 전일하게 하여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들을 것이며, 마음으로 듣지 말고 기로 들어라.
聽 止於耳 心 止於符 氣也者 虛而待物者也
(청지어이 심지어부 기야자 허이대물자야)
귀는 소리를 듣는 데에 그칠 뿐이고 마음은 (외물과) 부합하는 데에 그칠 뿐이다. 기라는 것은 비어 있으면서 상대를 대하는 것이다.
唯道集虛 虛者心齋也
(유도집허 허자 심재야)
오직 도는 비어 있는 곳에 모이니, 비우는 것이 마음의 재계이다."
顔回曰 回之未始得使 實自回也 得使之也 未始有回也 可謂虛乎(注132)
(안회왈 회지미시득사 실자회야 득사지야 미시유회야 가위허호)
안회가 말하였다. "제가 전에 아직 심재(心齋)를 쓰지 못했을 때에는 진실로 그대로의 저일 뿐이었는데, 그것을 쓸 수 있게 되니 비로소 제가 있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비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夫子曰 盡矣 吾語若 若 能入遊其樊 而無感其名
(부자왈 진의 오어약 약능입유기번 이무감기명)
공자가 말하였다. "지극하다. 내 너에게 말해 주겠다. 네가 그 울타리 안[위임금의 세력권]에 들어가 머물 수 있더라도 명성에 동요되지 마라.
入則鳴 不入則止 無門無毒 一宅而寓於不得已 則幾矣
(입즉명 불입즉지 무문무독 일택 이우어부득이 즉기의)
받아들여지면 소리를 내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그만두어라. (마음에) 문을 두지 말고 다스림도 두지 말며, 한결같게 마음을 지니고 부득이함에 맡긴다면 거의 될 것이다.
# 현재 교수님께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하는데 어떻게 드리는 게 좋을지 심히 고민하고 있다. 비어 있는 마음으로 상황에 적절하게 응하라는 게 답인 거 같다. 그런데 그게 지금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함축하는지는 전혀 모르겠다. 지금 나, 나의 선입견, 나의 감정, 나의 편향이 나를 비어 있지 못하게 하고 있는가?
거울처럼: 7(응제왕)편 중에서
無爲名尸 無爲謀府 無爲事任 無爲知主
(무위명시 무위모부 무위사임 무위지주)
명성의 주인이 되지 말고, 계획의 중심이 되지 말며, 일의 책임이 되지 말고, 지혜의 주인이 되지 말라.
體盡無窮 而遊無朕 盡其所受乎天 而無見得 亦虛而已
(체진무궁 이유무짐 진기소수호천 이무현득 역허이이)
무궁한 도를 모두 체득하고, 자취 없는 경지에서 노닐며, 하늘로부터 받은 것(천성)을 다하고, 얻은 바의 덕을 드러내지 말며, 오로지 비울 뿐이다.
至人之用心 若鏡 不將不迎 應而不藏 故 能勝物而不傷
(지인지용심약경 부장불영 응이부장 고능승물이불상)
지인의 마음씀씀이는 거울과 같아, 보내지도 않고 맞이하지도 않으며, 호응하면서도 간직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만물을 감당해 내면서 (자신은) 상하지 않을 수 있다.
# 호들갑 떨지도 않으며, 어쩔 줄 몰라하지도 않으며, 내 기대에 다 맞춰주기를 바라지도 않으며, 꾹꾹 담아놓고 혼자 자꾸 떠올리지도 않으며, 나의 성향이고 솔직한 감정이고 어쩔 수 없는 거라며 끝끝내 붙들고 있지도 않으며, 남들이 나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할지 벌벌 떨지 않으며...
내가 없음: 1(소요유)편 중에서
至人無己, 神人無功, 聖人無名.
지인은 자기를 의식함이 없고, 신인은 공로를 의식함이 없으며, 성인은 이름을 의식함이 없다.
# 아침에 혼자 물걸레로 사무실을 청소했는데, 아무도 안 하던 일을 혼자 굳이 재미로 한 일이었고, 진심으로 아무런 '공로를 의식함'이 없다. 사람들한테 뭔가 잘해줬다는 마음 갖지 말고 늘 그냥 이렇게 사무실 물걸레 청소한 일을 생각하듯이 생각하면 좋겠다.
김창환 역(2012). 장자 내편. 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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