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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에픽테토스, 『엥케이리디온』: νῦν ὁ ἀγὼν

neon_eidos 2023. 2. 25. 19:58

스토아주의자 에픽테토스의 '우리에게 달린 것' 관련한 묵상거리 모음. + 철학적 실천 촉구하는 쓴소리 모음

* 김재홍 역(2013) + { }에는 나의 번역

 

1.1. 

τῶν ὄντων τὰ μέν ἐστιν ἐφ᾽ ἡμῖν, τὰ δὲ οὐκ ἐφ᾽ ἡμῖν.
존재하는 것들 가운데 어떤 것들은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들이고, 다른 어떤 것들은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들이 아니다. 

ἐφ᾽ ἡμῖν μὲν ὑπόληψις, ὁρμή, ὄρεξις, ἔκκλισις καὶ ἑνὶ λόγῳ ὅσα ἡμέτερα ἔργα: οὐκ ἐφ᾽ ἡμῖν δὲ τὸ σῶμα, ἡ κτῆσις, δόξαι, ἀρχαὶ καὶ ἑνὶ λόγῳ ὅσα οὐχ ἡμέτερα ἔργα.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들은 믿음, 충동, 욕구, 혐오, 한마디로 말해서 우리 자신이 행하는 그러한 모든 일이다. 반면에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은 것들은 육체, 소유물, 평판, 지위, 한마디로 말해서 우리 자신이 행하지 않는 그런 모든 일이다. 

 

5.

ταράσσει τοὺς ἀνθρώπους οὐ τὰ πράγματα, ἀλλὰ τὰ περὶ τῶν πραγμάτων δόγματα: 
사람들을 심란하게 하는 것은 그 일들 자체가 아니라, 그 일들에 대한 그들의 믿음이다.

οἷον ὁ θάνατος οὐδὲν δεινόν (ἐπεὶ καὶ Σωκράτει ἂν ἐφαίνετο), ἀλλὰ τὸ δόγμα τὸ περὶ τοῦ θανάτου, διότι δεινόν, ἐκεῖνο τὸ δεινόν ἐστιν.
이를테면 죽음은 전혀 두려운 것이 아니다. 그렇지 않다면 소크라테스에게도 역시 그렇게 여겨졌을 것이지만, 죽음에 관한 믿음, 즉 두렵다는 것, 바로 이것이 두렵기 때문이다{이를테면 죽음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그랬다면 소크라테스에게 역시 그렇게 여겨졌을 테니까--, 죽음에 관한 믿음, 즉 두렵다는 믿음, 바로 이것이 두려운 것이다}. (George Long, 1980: for the opinion about death, that it is terrible, is the terrible thing.)
(διότι: because; = ὅτι, that)

ὅταν οὖν ἐμποδιζώμεθα ἢ ταρασσώμεθα ἢ λυπώμεθα, μηδέποτε ἄλλον αἰτιώμεθα, ἀλλ᾽ ἑαυτούς, τοῦτ᾽ ἔστι τὰ ἑαυτῶν δόγματα.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방해를 받거나 심란하거나 슬픔을 당할 때에도 결코 다른 사람을 탓하지 말고, 우리 자신을, 즉 우리 자신의 믿음을 탓해야만 한다.

 

8.

μὴ ζήτει τὰ γινόμενα γίνεσθαι ὡς θέλεις, ἀλλὰ θέλε τὰ γινόμενα ὡς γίνεται καὶ εὐροήσεις.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네가 바라는 대로 일어나기를 추구하지 말고, 오히려 일어나는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는 대로 일어나기를 바라라. 그러면 너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순탄하게 나아갈 것이다}.
(εὐροέω: flow well or abundantly; go on well, be favourable; to be prosperous)

 

20. 

μέμνησο, ὅτι οὐχ ὁ λοιδορῶν ἢ ὁ τύπτων ὑβρίζει, ἀλλὰ τὸ δόγμα τὸ περὶ τούτων ὡς ὑβριζόντων.
너를 모욕하는 것은 너에게 욕을 퍼붓는 사람이나 너를 때리는 사람이 아니라 모욕하고 있다고 하는, 이 사람들에 관한 너의 믿음이라는 것을 기억하라.
(λοιδορέω: abuse, revile | ὑβρίζω: treat despitefully, outrage, insult, maltreat, commit an outrage)

ὅταν οὖν ἐρεθίσῃ σέ τις, ἴσθι, ὅτι ἡ σή σε ὑπόληψις ἠρέθικε.
그러므로 누군가가 너를 화나게 할 때 너의 머릿속의 생각이 너를 화나게 하는 것임을 알라.

 

 

+ 철학적 실천 쓴소리 

51.1. 
εἰς ποῖον ἔτι χρόνον ἀναβάλλῃ τὸ τῶν βελτίστων ἀξιοῦν σεαυτὸν καὶ ἐν μηδενὶ παραβαίνειν τὸν διαιροῦντα λόγον; 
언제까지 가장 최고의 것들의 가치를 너 자신에게 생각하도록 내버려 두고, 또 이성에 의해 포착된 것을 어떤 것에서도 어기지 않도록 그대로 내버려 두겠는가? {언제까지 너 자신이 최고의 것을 누려 마땅하다고 여기기를 미루고, 또 이성에 의해 포착된 것을 어떤 것에 의해서도 어기지 않도록 하기를 미루겠는가?} 
(George Long, 1890: How long will you then still defer thinking yourself worthy of the best things, and in no matter transgressing the distinctive reason?)
(ἀναβάλλω: put off | ἀξιόω+acc.+gen.: think worthy of a reward) 

παρείληφας τὰ θεωρήματα, οἷς ἔδει σε συμβάλλειν, καὶ συμβέβληκας. 
너는 네가 동의해야만 하는 철학적 원리들을 받아들이고, 또 그것들에 동의했다.

ποῖον οὖν ἔτι διδάσκαλον προσδοκᾷς, ἵνα εἰς ἐκεῖνον ὑπερθῇ τὴν ἐπανόρθωσιν ποιῆσαι τὴν σεαυτοῦ; οὐκ ἔτι εἶ μειράκιον, ἀλλὰ ἀνὴρ ἤδη τέλειος. 
너 자신의 도덕적 향상을 도모하는 일을 그가 올 때까지 남겨 두기 위해서, 어떤 부류의 선생을 여전히 고대하고 있는가? 너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라, 이미 완전한 어른이다.
(προσδοκάω: expect, wait for)

ἂν νῦν ἀμελήσῃς καὶ ῥᾳθυμήσῃς καὶ ἀεὶ προθέσεις ἐκ προθέσεως ποιῇ καὶ ἡμέρας ἄλλας ἐπ᾽ ἄλλαις ὁρίζῃς, μεθ᾽ ἃς προσέξεις σεαυτῷ, λήσεις σεαυτὸν οὐ προκόψας, ἀλλ᾽ ἰδιώτης διατελέσεις καὶ ζῶν καὶ ἀποθνῄσκων.
만일 네가 지금 태만하고 나태하다면, 그리고 늘 [앞에 주어진 것을 그대로] 놔둔 채로 미루기만 하고, 또 다음 날 그다음 날로 정해 놓고, 그다음에{야} 너 자신에 대해 주목한다면{주목할 것이라면}, 그것을 깨닫지 않고는 너는 결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이고, 오히려 내내 비철학자로 남아서 살다 죽게 될 것이다{너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면서 이를 깨닫지 못할 것이고, 살면서도 죽어서도 계속해서 문외한으로 남을 것이다}.
(George Long, 1890: If then you are negligent and slothful, and are continually making procrastination after procrastination, and proposal (intention) after proposal, and fixing day after day, after which you will attend to yourself, you will not know that you are not making improvement, but you will continue ignorant (uninstructed) both while you live and till you die.)
(λήσεις: λανθάνω의 2sg fut ind act | προκόψας: προκόπτω[advance]의 part sg aor act masc nom. *weak aorist participles in -as, -asa, -an: 남성형 sas, santos, santi, santa)

51.2. 
ἤδη οὖν ἀξίωσον σεαυτὸν βιοῦν ὡς τέλειον καὶ προκόπτοντα: 
그러므로 지금 당장 완전한 어른, 즉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으로서 너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고 하는 결단을 내려라. 

καὶ πᾶν τὸ βέλτιστον φαινόμενον ἔστω σοι νόμος ἀπαράβατος.
최선인 것으로 여겨지는 모든 것이 너에게는 어기지 말아야만 하는 법칙이 되어야만 한다.

κἂν ἐπίπονόν τι ἢ ἡδὺ ἢ ἔνδοξον ἢ ἄδοξον προσάγηται, μέμνησο, ὅτι νῦν ὁ ἀγὼν καὶ ἤδη πάρεστι τὰ Ὀλύμπια καὶ οὐκ ἔστιν ἀναβάλλεσθαι οὐκέτι καὶ ὅτι παρὰ μίαν ἡμέραν καὶ ἓν πρᾶγμα καὶ ἀπόλλυται προκοπὴ καὶ σῴζεται.
그리고 만일 네가 아주 힘든 일 혹은 즐거운 어떤 것 혹은 높은 평판을 누리는 어떤 것 혹은 평판이 형편없는 것에 직면한다면, 그 싸움은 ‘지금’이고 또 그 올륌피아 경기는 ‘이미’ 눈앞에 있다고 하는 것, 그리고 더 이상 그것을 미룬다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과 단 한 번의 패배로서 또 굴복한 그 시점에서 그 (도덕적) 나아감이 완전히 없어져 버리거나 보존된다는 것을 기억하라.

51.3. 
Σωκράτης οὕτως ἀπετελέσθη, ἐπὶ πάντων τῶν προσαγομένων αὐτῷ μηδενὶ ἄλλῳ προσέχων ἢ τῷ λόγῳ. 
모든 것에서 이성 이외의 다른 어떤 것에 대해서도 주목하지 않으면서 그 자신을 이끌어 감으로써, 소크라테스는 이러한 방식으로 완전하게 되었던 것이다.

σὺ δὲ εἰ καὶ μήπω εἶ Σωκράτης, ὡς Σωκράτης γε εἶναι βουλόμενος ὀφείλεις βιοῦν.
비록 네가 아직은 소크라테스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소크라테스가 되고자 바라는 듯이 살아야만 한다.

53.3. 
‘ἀλλ᾽, ὦ Κρίτων, εἰ ταύτῃ τοῖς θεοῖς φίλον, ταύτῃ γενέσθω.’ 
‘허나, 크리톤이여, 만일 이렇게 하는 것이 신들을 기쁘게 하는 것이라면, 이런 식으로 일어나야지.’ *
(*주: 플라톤의 <크리톤> 구절의 변형.)

53. 4.
‘ἐμὲ δὲ Ἄνυτος καὶ Μέλιτος ἀποκτεῖναι μὲν δύνανται, βλάψαι δὲ οὔ.’
‘아뉘토스와 멜레토스가 나를 죽일 수는 있지만, 그러나 어떤 해도 내게 끼칠 수는 없을 것이네.’*
(*주: 플라톤의 <변론> 구절의 변형.)

 

[주저리]

- 믿음과 욕구 등이 이론적으로는 에픽테토스 말대로 우리에게 달린 것들이더라도, 실제로 그것들이 우리에게 달려 있으려면 -- 즉, 그것들을 우리 자신이 인지하고 조절할 수 있으려면 -- 현대적인 명상 및 심리치료 기술들을 열심히 학습하는 게 필요한 듯하다. 하지만 그것들이 정말 이론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잘 생각해보고 기억하는 것만으로 상당히 해방적인 출발점이 되는 듯하다.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은 것들이 아직은 우리에게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더라도, 소크라테스 같은 몇몇 사람은 그 지배력을 벗어났었다는 사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이론적으로 무력화 가능한 성질의 것임을 알기.

- 24.3.1. 내적인 것들도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겪어지는 거라는 통념이 있다. 그러나 마음의 주도적인 영역, 내게 달린 영역이 있다. 거기에 주목하자. 내 통제 하에 있는 영역을 넓혀가자. 

 

참고문헌

Perseus: Epictetus, Enchiridion (Ἐγχειρίδιον Ἐπικτήτου)

에픽테토스, 김재홍 역(2013), 『왕보다 더 자유로운 삶: 에픽테토스의 <엥케이리디온>, <대화록> 연구』, 서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