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고시/서양윤리

서양윤리 (13) 공리주의 c. 현대 공리주의

neon_eidos 2023. 8. 6. 12:11

김병찬. (2022). 『중등임용 시험대비 서양·동양·한국윤리』. 에프엠.

Arrington, R. L. (1998). Western ethics: An historical introduction. Blackwell Publishers.

Pojman, L. P., & Fieser, J. (초판1990/7판2012). Ethics: Discovering right and wrong. 7th Edition. Wadsworth Cengage Learning.

편상범. (2009). 윤리학: 행복은 도덕과 갈등하는가? 민음인.

Sandel, M. J. (2009). 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 FSG.

Warburton, N. (2011). A Little History of Philosophy. Yale University Press.

 

1. 고전적 공리주의에 대한 평가

1) 보편주의적, 평등주의적 

- 벤담과 밀의 고전적 공리주의는 공리의 원리를 도덕과 입법에 보편적으로 적용하여 개인적 쾌락을 넘어서 사회적 쾌락을 추구하였고, 사회적·정치적 제도를 개선하는 데에 이바지하였다.

- 또한 벤담과 밀은 도덕 판단에서 관련 당사자 간의 공평성을 강조하여 평등의 원리와 민주주의 원리의 발전에도 이바지하였다. 공리주의는 자신이나 특정 집단을 특별한 사례로 취급하지 않고, 모든 사람을 동등하게 계산에 포함시킨다는 점에서 보편주의적이고, 평등주의적이다. 벤담에 따르면 "모든 사람은 한 명으로 간주되고, 어느 누구도 한 명 이상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공리주의자들은 노예 제도, 여성에 대한 불평등한 대우 등을 개혁할 것을 요구했다. 나아가 동물도 고통과 쾌락을 느끼므로 계산에 포함된다. “중요한 것은 동물이 이성을 지녔는지, 말을 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고통을 느낄 수 있는가이다.”라는 벤담의 주장은 오늘날 동물 해방 운동의 모토가 되었다.

 

2) 계산의 어려움

- 공리주의의 난점으로 행복을 계산하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동일한 행위도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느껴지는 쾌락의 정도가 다른데 일정한 점수를 매겨 계산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또한 한 행위의 결과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정하는 것도 불가능해 보인다. 당장의 결과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결과도 고려해야 한다면, 그 행위가 발생시킬 무한한 인과의 연쇄를 어느 시점에서 끊어야 하는지 분명하지 않다.

- 쾌락의 질적 차이를 인정한 밀의 경우에는 쾌락 계산이 더욱 곤란해진다. 모든 쾌락을 같은 단위로 측정한 벤담의 양적 공리주의는 단순성이 강점이었던 반면, 밀의 질적 공리주의는 상위 쾌락과 하위 쾌락을 어떤 기준으로 함께 계산할 것인지 판단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3) 결과주의의 난점

- 공리주의에 대한 중대한 비판은 목적이 비도덕적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비판 중에서도 특히 다수의 이익을 위해 소수를 희생시키거나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여 정의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최대 행복에 기여한다고 해서 고문이나 마녀사냥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만약 죄없는 사람을 공개 처형하는 것이 강력범죄를 막는 데 효과적이어서 사회 전체의 행복을 증대한다면? 이에 대한 거부감은 단순히 극복하면 될 대상인가? 서울 도심에 설치된 핵폭탄의 폭발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폭탄 설치자의 어린 자녀를 고문하는 것이라면?

- 또한 고전적 공리주의는 행위의 결과를 도덕의 기준으로 삼으므로 내면적 동기의 중요성을 간과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4) 쾌락주의의 난점

- 공리주의는 심리적 쾌락주의로부터 윤리적 쾌락주의를 도출함으로써 자연주의의 오류를 범함

- 개인의 쾌락 추구에서 사회적 쾌락 추구로의 이행이 명확히 정당화되지 않음

 

4. 현대 공리주의

1) 규칙 공리주의

(가) 행위 공리주의와 규칙 공리주의

- 오늘날 공리주의는 윤리적 의사 결정을 내리는 기준이 행위의 결과인지, 그 행위에 적용되는 규칙의 결과인지에 따라 '행위 공리주의'와 '규칙 공리주의'로 구분한다. 행위 공리주의는 “어떤 행위가 최대의 유용성을 낳는가?”를, 규칙 공리주의는 “어떤 규칙이 최대의 유용성을 낳는가?”를 묻는다.

- 많은 공리주의자는 공리의 원리를 개별 행위에 직접 적용하여, 다른 행위보다 더 많은 공리를 산출하는 행위를 옳은 행위로 본다. 이러한 공리주의를 행위 공리주의라고 한다. 그런데 행위 공리주의는 매번 행위의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고 일일이 계산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때때로 도덕적 상식이나 직관에 어긋나는 행위를 정당화한다는 비판에 직면한다. 예를 들어, 약속을 이행할 때가 되었을 때마다 가능한 모든 선택지를 계산해서, 약속을 어기는 것이 더 유용한 경우에는 약속을 어겨야만 도덕적으로 옳고, 약속을 지키면 도덕적으로 비난받아야 하는 행위가 된다. 노동자가 약속한 임금을 요구할 때, 사용자는 그 돈의 더 나은 사용처를 발견할 수 없을 경우에만 임금을 주어야 한다. 돈을 빌려준 사람이 그 사실을 잊어버린 경우에는 항상 돈을 갚지 않는 것이 공리주의에 부합한다는 계산이 나올 수도 있다.

- 이러한 난점을 해결하고자 규칙 공리주의는 개별 행위의 결과를 따지기보다는 일반적으로 최대 행복을 가져오는 도덕 규칙을 세우고 그 규칙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규칙 공리주의는 일반적으로 공리를 극대화하는 규칙들에 따르는 행위가 옳은 행위라는 입장이다. 그것이 총 행복을 증진하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규칙 공리주의에 따르면, 거짓말을 허용하는 규칙과 금지하는 규칙 가운데 후자가 일반적으로 최대 행복을 가져올 가능성이 더 크므로 이에 따라 판단하고 행위 하는 것이 옳다. 거짓말을 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유용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길게 볼 경우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많은 유용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라는 행위 규칙을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규칙 공리주의는 과거 경험에서 유용성이 이미 입증된 규칙에 의존하므로 좋은 결과를 산출할 확률이 높고, 개별 행위의 결과를 계산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며, 대부분의 도덕적 상식과 일치한다는 장점이 있다. 

 

(나) 규칙 공리주의의 강점

- 또한 규칙 공리주의는 공리주의에 대한 몇 가지 일반적인 비판들에 대응할 수 있다. 첫째, 아무리 다수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훼손되어서는 안 되는 진실, 정의, 생명, 개인의 권리와 존엄성 등의 가치가 있다는 비판이다. 무고한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워 지역 갈등을 봉합하고 폭력 사태를 막을 수 있다면? 장기 이식이 필요한 다섯 명의 환자가 있는데, 한 건강한 사람을 아무도 모르게 죽여 그의 장기들을 사용해 환자들을 살릴 수 있다면? 포로에 대한 생체실험을 통해 의술이 발전할 수 있다면? 독재국가에서 진실을 차단하고 국민들을 기만하여 충성과 단합을 얻을 수 있다면? 완벽하게 행복하고 아름다운 도시를 유지하기 위해 한 아이가 지하실에서 평생 고통받아야 한다면(소설 속 도시 '오멜라스')? 이럴 때 공리주의는 상식에 어긋나는 대답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규칙 공리주의자는 죄 없는 사람을 처벌하지 말 것, 인권을 침해하지 말 것, 진실을 말할 것 등의 규칙을 따르는 것이 공리주의에 부합한다고 설명할 수 있다.

- 다음으로, 공리주의가 과도한 요구를 한다는 비판에도 대응할 수 있다. 공리주의에 따르면 나는 친구와 영화를 볼 시간에 자원봉사 활동을 해야 하고, 생존에 필요한 것 이상의 모든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부해야 하고, 조금이라도 내가 희생하여 더 많은 행복을 산출할 수 있는 한 나는 삶을 즐길 권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우리가 감당하기에 과도한 요구이므로, 공리주의는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규칙 공리주의자는 휴식과 여가, 그리고 가까운 사람들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규정하는 규칙도 공리를 극대화하는 규칙의 집합에 포함된다고 응수할 수 있다.

 

(다) 규칙 공리주의에 대한 비판

- 하지만 규칙 공리주의는 논리적으로 결국 행위 공리주의나 의무론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독립적인 도덕적 판단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다. 규칙을 일회적으로 어기면 더 많은 공리를 산출할 수 있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 예를 들어, 가난한 소년 가장이 동생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도둑질하는 것을 목격했을 때, 규칙대로 그를 신고하면 그는 몇 달간 징역을 살고 동생들은 방치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그런 경우마다 규칙을 어겨야 하는가? 어겨야 한다고 답한다면 행위 공리주의로 돌아가는 것이 되고, 어기지 말아야 한다고 답한다면 공리주의자보다는 의무론자가 된다.

- 이를 볼 때, 하나의 원칙을 모든 경우에 기계적으로 적용해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공리주의의 기대는 이루어지기 어려워 보인다. 규칙 공리주의는 규칙이 서로 갈등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분명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정확히 얼마나 큰 해악을 방지하기 위해 정의의 원칙을 무시할 수 있을지는 공리주의가 정의의 문제를 다룰 때 마주하는 난점이다. 전쟁을 끝내기 위해 핵폭탄을 투여할 때, 혹은 교통사고로 매년 수천 명이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차량 운전을 계속할 때 우리는 그런 판단을 내리고 있다. 

 

2) 선호 공리주의

(가) 쾌락 vs 선호

- 행복을 쾌락으로 한정한 고전적 공리주의와 달리 선호 공리주의는 더 포괄적인 선호를 통해 행복을 설명한다. 선호 공리주의는 행위의 영향을 받는 당사자들의 선호를 최대한 만족시키는 행위를 옳다고 본다. 예를 들어 우리는 학문적 진리 추구라는 활동과 그 결과를 단순히 쾌락으로 환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감수하면서도 학문적 진리 추구라는 선호를 실현함으로써 좋은 결과를 산출하기 위하여 노력한다. 이와 같이 선호 공리주의는 선호를 최대한 만족하게 하는 행위를 옳은 행위로 보고, 그 행위를 직접적인 쾌락의 산출 여부와 상관없이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쾌락의 정의에 따라, 그리고 당신이 무엇을 선호하느냐에 따라 선호가 쾌락보다 더 '포괄적'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음. 매우 좁은 감각적 쾌락만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고...

 

(나) 선호 공리주의에 대한 비판

- 선호 공리주의는 쾌락주의적 공리주의와는 달리 쾌락과 고통 이외에 도덕적으로 중요한 결과를 고려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사람마다 선호는 다르므로 선호를 도덕의 보편적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 또한 선호 공리주의는 행위자의 선호가 터무니없거나 사소한 것일 때 실제로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한계를 지닌다.

- 개인 간 선호의 강도를 비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는 선호 공리주의의 실천을 어렵게 한다.

 

3) 소극적 공리주의

(나) 최대 행복 vs 최소 고통

- 공리주의가 변형된 한 가지 형태는 소극적 공리주의이다. 소극적 공리주의는 최대 행복보다는 최소 고통을 산출하는 행위를 옳은 행위로 규정한다. 예를 들어, 일정량의 돈을 병으로 매우 고통받는 한 사람을 치료하는 데 쓸 수도 있고, 천 명의 적당히 행복한 사람들을 조금씩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데 쓸 수도 있는 경우를 보자. 일반적인 공리주의자는 후자가 충분히 쾌락의 총합을 증대시킨다면 후자를 선택할 수도 있겠지만, 소극적 공리주의자는 고통을 완화하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므로 전자를 택할 것이다.

 

(나) 소극적 공리주의에 대한 비판

- 소극적 공리주의는 공리주의 일반에 대한 비판을 받는 동시에 다음과 같은 추가적인 비판을 받게 된다. 모든 의식 있는 존재를 죽이면 고통은 사라질 것이다. 핵폭탄으로 한순간에 고통 없이 모든 생명을 죽일 수 있다면 그것은 도덕적으로 옳은 행동일 것이다. 소극적 공리주의는 보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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