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배움

[2023.5. 교생실습] 명상 조례

neon_eidos 2023. 6. 20. 17:40

이번 학기의 경험을 조금이라도 블로그에 정리해서 남겨 보고자 한다. 

 

남자중학교로 실습을 갔고, 1학년 담임교생이 되었다. 내가 진행한 조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명상을 진행한 두 번의 조례시간이다.

 

기존에 나와 있는 명상 파일을 틀어주려다가, 마음에 드는 것을 찾지 못해 직접 대본을 짜서 내 목소리로 진행했다. Sam Harris의 'Waking Up' 앱(그중 Introductory Course by Sam Harris와 Mindfulness for Children by Annaka Harris 두 시리즈)과 '마보' 앱(무료 제공되는 첫 4회)을 짜깁기해서 대본을 짰다. 평소 명상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멘트들만 다 집어넣을 수 있어서 즐거웠던 한편, 나의 얕은 명상 수준이 어떻게든 드러나고 전달될 것이 걱정되고 찜찜했다. 그래도 고마운 기회였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나중에 교사가 되어서 명상을 진행할지는... 잘 모르겠다. 명상의 교육적 효과가 많이 연구되고 부각되고 있는데, 마음챙김 명상을 10년 전부터 (꾸준히는 아니지만) 해온 나로서는 마음챙김 명상이 기대만큼 엄청난 영향을 내게 주었는지 잘 모르겠다. 이게 좋은 건지 내가 확신이 없는 것을 애들한테 시킬 순 없는 것이다. 특히 학교에서 하는 명상이란, 교실에서 또래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환경에서 짧고 뜸하게 진행되는 것인라서 더 형식적으로 시간을 보내게 되기 쉬울 것 같다.

 

1회차(23.5.16. 화요일) 대본

1회차 PPT

1) 명상 전

혹시 명상 해본 사람 있나요? [의외로 몇 명 있었고, 한 명은 초등학교 때 날마다 했다고 진절머리나는 표정으로 대답함.]

 

내 마음이 유리병에 담긴 흙탕물이라고 생각해 봅시다. 흙먼지가 일어나듯이 어떤 생각이나 감정이 일어날 때, 우리는 병을 흔들어서 물을 계속 더 뿌옇게 만들 수도 있고, 가만히 지켜보면서 가라앉게 둘 수도 있습니다. 마음챙김 명상은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을 가만히 지켜보는 연습입니다. [마음챙김을 이렇게 소개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음.]


다른 비유를 들어볼게요. '파도를 멈출 수는 없지만 파도를 타는 법을 배울 수는 있다.' 살면서 좋은 일, 안 좋은 일이 일어나고, 좋거나 나쁜 감정이 올라오는 것은 어쩔 수 없어요. 하지만 거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큰 차이를 만듭니다.

 

말은 정말 간단한데 꾸준히 하다 보면 여러분 집중력이나 감정 조절에 큰 도움이 되는 수 있다고, 많은 연구를 통해 검증되면서 점점 핫해지고 있는 명상입니다. [뭔가 신빙성 있어 보이려고 넣은 말]

 

2) 본 명상

시작하겠습니다. 자세는 허리를 펴고, 목과 어깨의 긴장은 풀고, 손은 무릎에 올리고, 마치 내가 저 높은 산이 된 것처럼 곧게 앉아보세요. 그리고 눈을 감습니다. 눈감기가 정 어색하다면 책상 위 한 지점을 골라서 가만히 쳐다보세요. 하지만 괜찮다면 눈을 감아보세요.

 

먼저 깊고 천천히 숨을 내쉬고 들이쉬어 보겠습니다. 다시 내쉬고 들이마쉬고. 세 번 정도 심호흡 해봅니다.

지금 내 상태를 잠시 돌아봅니다. 좀 졸린지, 들떠있는지, 몸에 불편한 데가 있는지, 어떤 기분인지.

 

이제 호흡에 집중해보겠습니다. 들숨 날숨을 가만히 느껴보세요. 코로 바람이 들어갔다 나가는 것이든, 가슴이나 배가 부풀었다 꺼지는 것이든, 이제 내가 편한 대로 한 군데 골라서 거기에 집중합니다. 

지금 숨이 깊든 얕든, 느리든 빠르든 다 괜찮습니다, 억지로 조절할 필요 없습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내 호흡을 따라가면 됩니다. 숨쉬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하고 정확하게 알아차려보세요.

 

호흡을 관찰하려는데 어떤 생각이 떠오르거나, 어떤 소리가 들리거나, 몸에서 뭔가 느껴지거나 한다면 그냥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가만히 호흡으로 주의를 돌리면 됩니다.

 

들숨이 시작되는 순간, 날숨이 시작되는 순간. 들숨과 날숨 사이 잠깐의 멈춤, 모두 정확하게 알아차려보세요. 

 

만약 어떤 생각에 빠져들었다면 그냥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으로 주의를 돌리면 됩니다. 

 

이제 호흡을 열 번까지 세어볼 있는지 보겠습니다. 들이쉬면서 하나, 내쉬면서 하나. 들이쉬면서 둘, 내쉬면서 둘, 이렇게. 열까지 집중해서 셀 수 있는지 보세요.

 

마지막 1분 동안 계속 호흡을 정확하게 관찰해보겠습니다. 호기심을 갖고 관찰하세요. 숨을 쉬는 게 어떤 느낌인지.

마무리하겠습니다. 천천히 눈을 떠 주세요.

호흡에 주의를 기울이는 연습을 먼저 하는 이유는 다른 건 아니고, 언제 어디서나 숨은 쉬고 있기 때문에 연습하기 좋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언제 어디서든 마음이 너무 분주하다고 느낄 때는 다시 한번 내 호흡의 감각으로 돌아오는 연습을 해보세요. 

 

2회차(22.5.22.월요일) 대본

2회차 PPT

1) 명상 전

명상에 대한 소감을 받아보았는데, 결과는? 생각보다 다시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말한 친구들이 훨씬 많았어요. 다시 딱히 다시 하고 싶지 않다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다시 새롭게 해본다는 마음으로 함께 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에픽테토스 문구 소개하며) 시험을 망쳤다, 친구랑 싸웠다... 그런 사건들이 우리를 괴롭게 한다고 말할 수 있지만, 사실 정확히 말해 시험을 망쳤다는 나의 생각, 싸웠다는 나의 생각.

 

또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계속 더 화를 불러일으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어떻게 그럴 수 있지, 걔 아무래도 나를 무시하는 거 같다. 모두가 나를 무시하는 거 아닌가. 그러면서도 내가 그러고 있는 줄 몰라요. 마치 뿌연 흙탕물 속에 있으면 아무것도 안 보이는 것처럼.

 

대신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알아차리는 순간 거기서 한걸음 물러나서, 내가 얼마나 더 그러고 있을 건지 조절하는 자유가 생깁니다.

 

2) 본 명상

시작하겠습니다. 자세는 허리를 펴고, 목과 어깨의 긴장은 풀고, 손은 무릎에 올리고, 마치 내가 높은 산이 된 것처럼 똑바르게 앉아보세요. 먼저 깊고 천천히 숨을 내쉬고 들이쉬어 보겠습니다. 세 번 정도 심호흡 해봅니다.

 

산은 크고 굳세고 흔들림이 없어요. 산 위에 나무랑 풀이 자랐다가 죽고요, 동물들이 뛰어다니고요, 비가 오고요, 바람이 부는데요, 산은 가만히 있습니다. 

나도 어떤 일들을 겪고, 어떤 감정들을 겪을 수 있지만 언제든 내 안에도 고요하고 흔들림 없는 부분이 있어요.

산에 있는 잎사귀들이 바람에 흔들리듯이, 내 몸이 호흡과 함께 조금씩 움직이는 것을 느껴봅니다.

 

호흡에 집중해보겠습니다. 들숨 날숨을 느껴봅니다. 코로 바람이 들어갔다 나가는 것이든, 가슴이나 배가 부풀었다 꺼지는 것이든, 내가 편한 대로 한 군데 골라서 이제 계속 거기에 집중합니다.

지금 숨이 얕을 수도 있고 깊을 수도 있고, 다 괜찮습니다. 억지로 조절할 필요 없습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내 호흡을 따라가면 됩니다.

 

숨을 들이쉬기 시작하는 그 순간을 정확하게 알아차려보세요. 들숨, 잠깐의 멈춤, 날숨, 그 모든 과정을 관찰해보세요.

 

이렇게 호흡에 집중할 수도 있지만, 소리에 집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가만히 들어보세요. 교실에서 나는 소리일 수도 있고, 복도에서나는 소리,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

 

이제 종을 칠 텐데, 종소리를 시작부터 점점 잦아질 때까지 주의를 기울여 듣고, 종소리가 끝날 때 손을 살짝 들어보세요. 눈은 계속 감은 상태로요. [쿠팡에서 산 티베트볼을 가져가서 쳤는데, 생각보다 종소리가 너무 짧아서 당황함. 소리가 길게 나는 종을 구해야겠다.]

 

마지막 1분 동안 계속 호흡을 정확하게 관찰해보겠습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천천히 눈을 떠 주세요.

 

3. 학생들 소감

첫 명상 후 설문지를 돌렸다. '1) 호흡을 관찰해보며 무엇을 느꼈나요? 2) 앞으로 명상을 더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나요? 3) 그 외에 S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명상을 열심히 한 듯한 학생들의 답변을 보고 뭔가 짜릿했다.

  • 1) 호흡중에 멈추는시간이 없는줄알았는데 호흡중 정지되는시간이 꽤길다고 느꼈고 꽤기분이좋았다.
  • 1) 호흡이 일정하지 않다는 걸 느꼈다
  • 1) 비염이 다 낫지 않아서 코가 조금 아팠지만 호흡을 느꼈을때, 조금 신기했습니다.

 

그냥 조용히 앉아 있는 것 자체가 평온하거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돼서 좋았다는 학생들이 꽤 있었다. 뭐 그것도 나쁘지 않지.

  • 2) 하면은 몸이 편해지는 것 같고 애들이 좀 조용해지는것 같아서 하는게 좋은것같다.
  • 1) 명상을 하니깐 마음이 편안해지고 과거를 되돌아 볼 수 있어서 좋다
  • 1) 조용한 곳에서 호흡을 관찰한적이 처음이라서 신기했고 마음의 편안함을 느꼈다. 다음에도 하고싶었다.

 

솔직히 별로였다던 학생들. 그래도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

  • 2) 제 스타일이 아닌것 같아서 다시 해보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좋았습니다
  • 2) 그건아니다.......
  • 3) 기분은좋았지만 아침부터 활발한 활동하면 좋겠습니다.

 

진지하게 대답하는 법이 없는 이 녀석들 

  • 1) 내 뇌가 느껴졌다
  • 1) 제 인생이요
  • 3) 5월 18일(목) 오전 4시 응원해주세요. [본인이 응원하는 축구팀 경기 일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