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상념

학생 입장에서 쓴 교육 관련 노트들

neon_eidos 2024. 12. 2. 09:29

학부 4학년 때 쓴 노트들 중에서.
 

  • 19.06.16. 교육을 위한 교육, 그 쓸모가 그 평가와 함께 끝나는, 시간을 휴지로 만드는 교육.
  • 19.06.15. 철학이든 역사든, 이걸 지금 왜 공부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답을 갖고 있는 교사.
  • 19.06.09. 나의 철학교육 목표 - 자기 수준에서 자기 할말을 할 수 있기. 그러면서 독단적이지 않고, 간단하게 확신해버리지 않고, 열려 있을 줄 알기. 자비의 원칙, 상대를 악마/바보로 취급하지 않기. 그럼에도 주눅들거나 좌절하지 않고, 틀리고 비판받음을 두려워하지 않고(이건 정말 교사로서 경험을 만들어줄 수 있다! 틀리고 비판받는 순간 그것에 대해 존중, 격려, 정중한 비판을 해주어서 그걸 긍정적인 경험으로 받아들이도록 해줄 수 있다.), 지혜의 소유가 너무 멀게 느껴지더라도 자포자기하는 게 아니라 현재 이 수준에서 사랑할 줄 알기.
  • 19.06.05. 교육의 목표가 아닌 것: 나의 통찰력과 강의력 뽐내기, 똑똑한 애들이 똑똑한 생각 해내서 뿌듯해하게 만들기.
  • 19.06.13. 공부는 텍스트로 하게 해야 한다. 교수의 말은 텍스트 이해를 돕기 위함이어야 한다. 
  • 19.06.08. 피상적으로 가르치는 건 안 가르치는 것만 못하다. 그런 시시한 것인 줄 알게 하므로. 문제적인 잠재적 교육과정이 된다. 단순한 걸로 치부하는 태도를 길러준다. 대단하다는 사상가들일지라도 요점, 의의, 한계를 한마디로 평가할 수 있다는 태도, 이해하려 하지 않는 태도. 그거 갖고 시험 문제를 맞춰 좋은 성적을 받으면 이 태도는 공고화된다. 내가 그 사상가에 대해서 알아야 할 건 다 알았다고 믿게 된다.
  • 19.04.11. 공부 자체에 대한 무력감과 소외를 발생시키는 교육, 미소로고이를 만들어내는 교육 -- 훌륭한 철학자들의 깊디깊은 말잔치가 있고 그걸 너희는 이해할 수 없어, 라는 메시지만 잠재적 교육과정으로 뿜어내는 교육. 
  • 19.01.22. 학생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 수업에서 중요한 건 잘하는 게 아니라 배우는 거다.
  • 18.12.24. '자유주의란 무엇인가?'와 같이 정말 여러 수업에서 배우고 외웠던 질문들에 턱 말이 막히는 것은 왜인가? 그때그때 단어들을 외웠지만 정말 가슴에 와 닿았던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 18.12.09. 하나도 소화 안 되는데 뭐 보면 좋겠지 하고 읽었던 책들. 차라리 그 시간에 걍 나한테 재밌는 걸 읽을 걸.
  • 19.06.09. 철학교육의 이점: 아주 오래된 텍스트를 다룬다는 것 자체. 시공간적으로 먼 사람의 글을 이해하려는 노력 자체가 매우 자비로운 자세를 함양하는 것 같다.
  • 19.05.31. 질문을 던지고 토론을 시키되, 각자의 기존 지식이나 능력을 뽐내는 자리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뽐내는 과정이 아니라 배우는 과정이 돼야 한다. 읽기자료를 미리 과제로 주거나, 같이 보면서 숙고하는 시간을 어떤 식으로 가져야 한다.
  • 19.05.19. 노트북 속기와 녹음의 시대가 되었으니, 글로 전달할 수 있는 걸 괜히 말로 해서 받아적어야 하게 만드는 수업은 그만해야 한다. 자기 해석을 전달할 거면 수업이라는 형식으로 할 필요가 없다.
  • 19.04.16. 무의미한 토론: 수업에서 배우는 거 가지고 이해를 높이기 위한 게 아니라, 말 많은 애들이 자신들의 평소 의견을 조리있게 피력하기 대잔치. 참여할 이유를 못 느끼겠다. 
  • 18.11.29.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을 그대로 따라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거 같지만, 읽다 보면 화법에 대한 어떤 섬세한 관점이 생겨난다.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 감정적으로 뭔가 걸려 있는 부분, 자랑하거나 방어하고자 하는 등의 욕구를 포착하면서도 정면으로 지적하고 부딪히는 게 아니라 어떻게 유머러스하게 잘 구슬릴 것인가 하는. 그런 걸 잘 하고 싶다.
  • 18.11.20. 위기지학으로서의 대학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쓴소리 인강강사 역할을 해줄 이가 필요하다. 수업 준비와 성적 추구 이외의 부분을 어떻게 돌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얻어내야 하는지. 주자나 퇴계가 경전 공부법과 그걸 하루하루 어떻게 실천할지 충분히 안내해주듯 그런 안내가 필요하다.  
  • 18.10.05. 교사는 정말 학생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어디에 어떻게 정신적 노력을 쏟는지에 큰 역할을 한다. 어떤 과제를 내고, 어떤 평가기준을 주는지에 따라 사람들 인생의 수십 시간이 좌우된다. 뭐가 바람직한지 직접 설명해주고, 그것과 딱 일치하도록 평가해야 한다. 결국 강제력을 갖는 건 학생들의 의지보다는 평가방식이다.
  • 18.10.21. 000 수업 강의평에서, 다른 학우들은 잘하고 나는 철학을 못하는 거 같다, 그런 얘기를 많이들 한다. ... 철학을 못한다는 좌절은 진짜 이상한 좌절이다. 뭘 못한다는 건가? 어떤 면에선 그런 게 있다. 연구자로서의 자질은 정말 훌륭한 사람이 따로 있는 거 같다. 그런데 철학이 뭔가에 도달해야 하는 게 아니라, 책을 읽고 대화하고 자기 삶을 반성하는 그 과정이 철학이라면, 출발점이 어디든 그 발전한 만큼의 과정이 중요한 거라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 19.03.09. 영혼없는 공간에서 고통받고 싶다.
  • 18.12.29. "우리가 연주회에 가는 것은 그 순간순간 연주를 경험하기 위한 것이지 어떤 결과물을 집에 가져가려는 것이 아니다."(철학친교, p.5) 학창시절도 삶의 한 순간이고, 그 순간을 재미있게 해줘야 하는 거지 미래에 잘될 인재를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는 어떤 관점이 필요하다. 나는 00학교 다니길 잘했나 생각해 볼 때, 사실 내가 거기 교육과정을 통해 무슨 ~성을 발달했는지 모르겠고 다 뻥 같다. 그러나 그 속에서 행복한 일들을 하고, 힘들 때 의지할 사람들이 있었는가, 감옥 같지는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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