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상념

2025년 4월

neon_eidos 2025. 4. 25. 17:54

1
귀여워 죽겠다. 교사라는 이유로, 애들 놀고 있는 데 굳이 끼지 않고 바라만 보고 있어도 되는 게 좋다. 틈만 나면 애들을 그냥 바라보고 서 있다.
 
정작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선생이 되지 못하고 있어 괴롭다.
이럴수록 우울하지 말아야 한다. 하나씩 하나씩 해야 할 것을 해내고, 못하고 있는 걸 개선해야 한다. 여기에 모든 에너지를 써야 한다. 선생 될 자격이 있는 훌륭한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
애들한테 공부는 하면 되는 거라고, 할 수 있다고, 마치 그게 간단한 일인 것처럼 말해대지만 나는 뜻대로 제대로 하고 있는 게 하나도 없다.
 
2
철학 공부는 어떤 경험이 되어야 하는가?
오직 성적 또는 우쭐함을 위해 쓰이고 버려질 지식을 받아적는 -- 혹은 받아적지 않고 멍하니 수업시간을 버티는 -- 과정이 아니려면?
여기서 읽은 것을 가지고 뭘 할 수 있길 바라는가? 어떻게 이게 더 잘 생각하고, 더 잘 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정말 마주하고 싶었던 물음에 마주해 있다. 그런데 고민하고 실행할 시간이 너무나 부족하다. 
 
나는 당장 이 사상이 학생들의 삶에 와닿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참신한 해석이나 비판은 더더욱 바라지 않는다.
텍스트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해 호의적으로 토론하는 경험을 하면 좋겠다.
이해하고자 하는 태도를 가지게 되면 좋겠다.

3
나는 관찰하고, 기록하고, 배우려는 마음을 좀더 가지면 좋을 거 같다. 나 자신이 잘 하길 기대하는 마음보다는.
 
4
사범대 교육과정이 전부 각 주제에 대해 수업을 준비해보는 과정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혹은 발령 후 수습 기간을 주면 좋겠다. 혹은 발령을 근무 시작 한두 달이라도 전에 내줬으면 좋겠다. 일주일에 네 개의 새로운 차시를 준비하는 게 너무 힘들다. 한 차시에 며칠씩 들여 여러 자료를 보고 활동을 구상해볼 수 있으면 정말 살 만할 것 같다. 수업 외 업무만으로 초과근무를 하고 집에 와서 늦은 밤에 수업준비를 시작하고, 그래서 잠을 거의 못 자기를 반복한다. 하지만 학생들한테 내 사정을 항변하며 봐달라고 할 수도 없고, 마치 당당한 것처럼 수업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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