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에 가서 윤리교육과 대학원생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다.
친한 샘들한테 보여주려고 논문 2장 초고를 인쇄해 갔었는데, 어쩌다 보니 다들 봐주겠다고 해주셔서!! 여러 선생님들의 피드백을 받았다. 너무 감사하다.
결혼식 후 카페에서 수다가 끝나갈 무렵 주섬주섬 초고를 꺼내서, 여기서 이렇게 부탁드려도 되는 건가 엄청 어쩔 줄 몰라하면서 드렸는데, 30쪽 분량의 엉성한 글을 한동안 찬찬히 봐주시고 피드백해 주셨다ㅠㅠ 심지어 L 박사님은 오늘 초면이었는데... 봐주시는 중에 계속 어쩔 줄 몰랐다.
하지만 역시 의지를 내서 피드백 받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논문 쓰면서 엉성한 초안을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보여주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D샘
- 종속변인이 숙의의 질인가? 종속변인이 숙의의 질 하나일 것 같다가, 집단 극단화라는 또 다른 종속변인이 나온다.
# 둘의 관계를 계속 고민하고 있었는데, 불명료한 채로 있었다. '집단 동질성이 집단 극단화와 숙의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라고 하면 제목이 너무 길고, 그래서 억지로라도 집단 극단화를 숙의의 질의 한 요소로 포함시키려 했는데, 본문을 쓰다 보니 또 둘을 대비시키는 식으로 썼다. 숙의의 질을 탐구하는데 부차적으로 집단 극단화도 살펴보겠다든지, 둘의 관계를 명료히 해야겠다.
[초고를 집에 들고 가서 카톡으로 또 피드백 보내줌! 피드백이 너무 좋고... 나 혼자서는 내 글의 수많은 부분들에 대해 많은 생각들이 계속 드니까 그중에 넘어가는 부분이 생기게 되는데, 누군가 짚어주면 굉장히 도움이 된다는 걸 느낌.]
- 집단 극단화가 숙의의 질에 포함된다면 가설 2는 가설 1에 포함된다는 것인데 어떻게 가설 2만 지지되고 가설 1은 기각될 수 있는가? 그리고 결과가 '동질집단이어도 숙의의 질이 높다'인데 어떻게 함의 부분에서 동질집단에서 유의해야 하는 점이 도출되는가?
- 숙의 개념이 먼저 나오고 숙의민주주의 개념이 나오면 좋겠다. # 두 단락의 순서를 정말 많이 고민했는데, 숙의민주주의를 이야기할 때 숙의 개념이 간단하게라도 나와야 말이 될 것 같긴 하다.
- 종속변수가 중요하니까, 숙의의 질이 왜 중요한지가 이 논문에서 아주 중요하고 그게 1절에서 바로 밝혀져야 한다. 질 높은 숙의가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한다고 하는데 왜 그런지. # 핵심적인 내용을 너무 지나가듯이 써놓은 것 맞다.
- 3절에서 역량보다 숙의 과정의 질이 중요한 이유에 대한 내용을 1절에 쓰면 어떤가? 학교랑은 딱히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 전공세미나에서도 교육 분야 선행연구 관련해서 내 논문의 의의를 밝히는 부분에 대해 '그게 교육이랑 무슨 상관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어찌어찌 관련 된다고 설명할 순 있었는데, 읽는 사람들 입장에선 기대와 어긋나는 내용인 것 같다. 학교에 대한 내용이기보다는 학교에 대한 연구에 대한 내용이다. 꼭 학교 관련 장에 들어가지 않을 수도 있는 내용인데 억지로 학교 관련 장에 넣은 느낌이 좀 있다.
- 숙의의 질을 세 가지로 규정했는데, 왜 하필 그렇게 세 가지로 규정했는지 근거가 부족한 느낌. DQI 같은 선행연구들에도 포함되는 건데 그럼 차별점이 뭔지. DQI가 영향력 있다면서 왜 안 썼는지. # 맞다...
- 합리적 논변 관련해서 2세대 숙의민주주의 이야기는 각주 정도로 넣어도 될 거 같다. # 동의한다... 이론적으로 중요하고 아까워서 굳이 넣었는데 내 글의 흐름에서 중요하지 않은 듯.
- 2절에서 Esterling et al 검토 문단과 Steiner et al, Lord & Tamvaki 검토 문단 순서 바꾸는 게 나을 듯 # 원래 그 순서로 썼던 거 맞다 ㅋㅋㅋ 어랏 하고 막판에 바꿨는데 원래 순서가 흐름이 맞는 듯
- 3절 내용이 고민이 필요하다. 숙의민주주의 관련해서 "!학교! 가 중요한 이유가 나와야 하는데 읽으면서 그렇구나~ 하는 느낌이 별로 안들어". # 중요한 지적이다!
- 학교에서의 숙의에 대해 다룬게 없다고 강조하는 것에 비해, 연구참여자가 20대 성인인 것 ㅋㅋㅋㅋㅋ # 아 이것도 독자가 기대했다가 오잉? 하지 않게 처음부터 잘 써야 한다....
G샘
- 초록에서 숙의의 질과 개방적 숙고의 의미를 설명하지 말아도 되겠고, 결과의 함의 부분을 구체적으로 쓰는 게 나을 듯.
- 목차 보니 너무 3장만 절 개수가 많다.
- 의견 동질성? 집단 동질성? 집단 동질성이라고 하면 계층 등 [인구학적 특성의 동질성]을 생각하게 된다. # 맞아... 집단이라는 말이 집단 매커니즘, 집단 효과 같은 말들과 연결되기 때문에 영어에서도 굳이 group을 붙여서 group homogeneity라고 하는 거 같고, 나도 그렇게 한 건데, 의견 동질성이 더 정확한 말 같긴 하다. 집단 동질성으로 간다면 초반에 확실히 설명을 하든지 해야겠다.
- 의견 변화와 숙의의 질이라는 두 가지에 미치는 영향인데, 두 가지가 어떻게 다른지. # DM 샘 코멘트와도 겹침. 물론 두 가지 결과변인에 대해 본문에서 길게 설명하기는 하지만, 처음부터 둘의 관계와 왜 두 개를 보려고 하는지 명료히 해야겠다.
- 2장 제목이 '선행연구 검토'인데 1절 내용은 이론적 배경에 가까워 보인다. # 아주 맞다...
- 민주적 정당성이라고 하면, 당연히 다수결에서 나오지! 라는 생각이 든다. # '숙의가 민주적 정당성을 발생시킨다' 같은 말을 부연 없이 당연하다는 듯이 쓰면 안된다... 숙의민주주의가 너무 당연해져버린 내 뇌... 또 많은 문헌에서 그러하듯이 투표와 숙의를 깔끔하게 대립시켜야겠다.
- '숙의민주주의를 실현하려면 단순히 소통의 양을 증대하는 것이 아니라 질 높은 숙의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도 숙의민주주의의 기본 입장과 연관시켜서 좀더 설명을. # 내겐 당연해진 말들을 그냥 막 던져 놓은 부분이 많은 듯. 중요하고 설명이 필요하다...
- 1장에서 숙의의 질의 의미를 정의한 것이 '조작화'까지는 아닌 것 같다.
- 숙의의 질에 대한 부분 다음에 나오는 부분이 숙의의 장소에 관한 것인 것 같은데... # 흠 숙의의 질 부분에 이어지는 부분의 핵심은 '숙의 체계 접근'인데, 이 부분도 좀더 두괄식으로 명료하게 해야지...
- 숙의 체계 관련 내용이 좀 늘어지는 것 같다. 공부해놓은 게 아쉬워서 눌러담은 느낌. # 좀 사실이다 ㅋㅋㅋ 숙의 체계 너무 중요한데 국내에서 너무 관심이 없어서 그냥 충실하게 서술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내 논문에 꼭 필요한 내용만 포함시키는 느낌으로 좀 만들어야겠다.
L 박사님
- 이인태 논문 추천.
-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가? 극단화를 방지하려면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하는 것보다 더 치밀하게 설계된 미니공중 같은 숙의가 필요하다는 것인가? 논문을 통해 하고자 하는 말이 한마디로 뭔가? # 하고 싶은 말이 한마디로 뭐냐는 질문에 술술 대답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엄청 버벅거려서 스스로 놀람. 교사이신 선생님이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가'라는 질문과 연결지어 물으셔서 그랬나. '덜 치밀하게 된 환경에서는 집단 극단화가 발생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하지만 그래도 숙의의 질은 높으니까 학교에서도 숙의할 가치가 있다, 학교에서 숙의의 질의 성격이 어떤 점에선 한계가 있지만 어떤 점에서 장점이 있다는 점이 전체 체계 차원에서 중요하다' 식의 현재 내 논문이 제시하는 답이 좀 힘이 약하고, 이론적으로 선행연구와의 대비 속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했던 지점들은 많았는데 사실 한걸음 물러서서 보니 뭐가 중요한 건가 싶어 보일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좀더 선명한 말들을 끄집어내 봐야겠다. / 사실 전공세미나에서 연구 결과 발표했을 때 사람들이 '오오' 했던 부분은 이론적으로 배배 꼬여 제시된 의의들이 아니라 집단 극단화가 발생했음을 보여주는 표였다... 극단화 발생을 강조하고 우려하는 쪽으로 가버릴까. 학교에서도 조별 이질성 확보 못할 거면 조별토의 시키지 말고 교사가 진행하는 단상토의만 하라고 제언한다든지. 다른 의견을 접할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든지, 지금처럼 극단화돼도 괜찮고 중요한 건 숙의의 질이라는 쪽으로 밀고 가다 보니 뭔가 꼬이는 느낌... 선스타인도 생각해 보면 동질 집단 숙의의 장점과 필요성과 유의점 등등을 섬세하게 논의했는데 사람들이 기억하고 인용하는 것은 동질 집단에선 집단 극단화가 발생한대 헐!! 뿐이다... 내 글을 본 사람들에게 어떤 한마디가 딱 박히게 될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 내용은 이런 식으로 이해하십시오'하고 아주 명료하고 오해 불가능하게 다 씹어주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 판사들이 개인적으로 판단할 때보다 토의하면 더 극단화된다는 것을 읽고, 학교에서 협동학습이 무조건 좋다고들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주장을 한 적이 있다. # 오 선스타인 보셨나...! 선생님이 그렇게 읽으셨다는 게 뭔가 신기하다.
- (나: 2장 3절 마지막 부분에서 학생들이 이미 시민이라는 식으로 쓴 부분이 현장 선생님들이 보시면 터무니없다고 하실까 봐 걱정했다) 아니요. 시민 맞죠. 초등학교 5학년 가르치는데, 어떻게 진행하느냐에 따라 [학생들의 성숙한 말들]에 놀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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