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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자시 준비] 동양윤리 (1) 동양적 시민론 및 세계시민론

neon_eidos 2023. 8. 16. 13:44

논자시 최종 암기종이

김병환. (2022). 동양 시민론: 군자-시민론을 넘어 문인 리터라띠(literati) 시민론으로. 孔子學, 0(48), 5-47.

1) 기존 군자 시민론의 문제

- 서구 시민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유교적 대안으로 군자 시민론이 제시되어 왔다. 많은 연구자들은 유교의 인간상인 군자를 새로운 시민상으로 정립하자고 제안하는데, 이는 최소도덕 담론에 머무르는 서구 자유민주주의 시민성과 대조적으로, 군자는 최대도덕, 즉 공과 사를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 도덕의 전형을 제공한다는 생각에 기초해 있다. 하지만 군자 시민론에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군자 개념이 현대 사회에 어울리지 않는 신분제적 개념이라는 문제고, 다른 하나는 군자 시민론이 서구적 기준을 동양에 투사하는 오리엔탈리즘에 기초해 있다는 문제다. 서구를 표준으로 삼지 않고 동양의 전통 내에서 오늘날의 시민에 해당하는 개념을 찾으면 우리는 사대부 즉 ‘문인-시민’을 발견할 수 있음. 
- 우선 군자는 군주[君]의 자녀[子]라는 뜻으로 근본적으로 혈연에 근거한 신분제를 전제로 성립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만민 평등을 지향하는 현대 시민 담론에 군자 개념을 활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후대에 덕 있는 사람을 지칭하는 용례로 사용되었다 하더라도, 여전히 혈통적인 귀족을 의미하는 용례도 적지 않게 출현한다.
 

2) 사대부, 문인 리터라띠 시민론

[능력주의: 신분이 아닌 능력에 기반, 평민 출신으로 평민 집단과 차이 적음, 이런 집단이 자율적 세력화(귀족 축출, 왕권 견제, 향리공간·공론 형성) - 시민의 등장]
[시민상: 민권의식, 책임의식, 연대적]
- 정치적 주체의 범위가 대폭 확장된 현대 사회의 요구에 더 잘 부합하는 시민상은 송 대에 부상한 문인(literati) 내지 사대부에게서 찾을 수 있다. 평민 출신의 신흥 문인 지식인인 사대부는 혈통이 아닌 능력과 인품에 기초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유학적 가치로 무장한 사대부는 공론을 형성하고 지역사회 경제 기반을 마련했으며, 교육에 종사하였고, 귀족 세력을 넘어서고 왕권마저 사대부 계층으로 포섭하려는 대담한 시도를 했다. [나종석, 2012: 당송 변혁기 과거제와 인쇄술 발달을 배경으로 부상한 사대부의 정치 참여가 동아시아 근대성의 근거임. 혈통이나 신분이 아닌 능력을 바탕으로 성장한 사대부 계층의 활발한 정치 참여는 근대성의 핵심 요소인 시민의 자율성을 보여줌.]
- 우선 성리학의 정치 이념으로 무장한 사대부는 기존의 문벌 귀족 세력과 밀착된 도교와 불교와 대결했으며, 왕실과 동맹하여 기존 귀족 세력을 축출했다. 그 결과 북송 대는 ‘군주와 인민이 직접 상대하는 근세적 정치’ 형태가 출현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는 선진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들 문인 지식인은 자신들의 정치적 이념에 따라 모든 법제나 의례를 사대부 중심으로 바꾸어 갔다. 과거 응시 자격이나 관리 선발제도에서 귀족의 권한을 빼앗음으로써, 한당 이래 문벌 귀족을 몰락시키고 평민 관료층을 가능케 한 게 단적인 예이다.
- 나아가 사대부층은 왕권까지 견제하여 종국에는 문인 지식인이 주도하는 정치 체제를 세우려고 투쟁했다. 예법에서 왕조례를 사대부의 가례에 통합시키려고 시도한 <주자가례>, 그리고 조선의 예송논쟁에서 서인의 주장은 군주도 사대부의 일원으로 포섭시키려는 대담한 정치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는 공자가 추구한 군자의 이상과는 대조되는 것이고, 사대부가 전제적 왕권에의 종속을 벗어나 정치적 자율을 추구했음을 보여준다.
- 사대부의 범위는 소수인 군자층보다 훨씬 폭이 넓다. 사대부는 반드시 관직을 가진 사람만을 가리키지 않으며, 평민 출신으로서 평민과 확실하게 구분되는 집단이 아니었다. 또한 송 대를 지나면서 급격히 수가 늘어나 더욱 일반인과 신분적 차이가 옅어졌다. 이러한 사대부는 (민본을 넘어) 민권 의식의 담지자로서 민의의 대변인이자 안내자 역할을 수행했다. 
- 이들 문인 리터라띠는 역사와 사회에 대한 무한한 책임 의식을 지녔다. ‘천하를 바로잡아 기층민을 도와야 한다.’라는 문인 리터라띠의 의무감은 한당의 호족 지배층의 특권의식과 대조된다. 이런 책임 의식은 역사 속에서 사대부 지도자들이 불의에 저항하는 데 앞장선 데서 드러난다. 사대부는 도덕적 수양을 바탕으로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활동에 주동적으로 참여했다.
- 송 대의 사대부는 또한 향약의 보급이나 향촌 기반의 빈민 구제 제도인 사창법의 실행 등을 통해 지방에 자신들이 주도하는 자발적인 공동체인 ‘향리공간’을 형성했다. 
- 사대부는 공론을 형성하는 역할을 했고, 이들이 추구한 공론은 올바름에 기초한 공론이라는 점에서 현대 민주주의의 발전에도 풍부한 함의를 준다.
- 사대부들은 개인주의적 권리와 이익이 아닌 연대와 배려를 바탕으로 정의와 올바름을 규정하고 행동하는 연대적 시민성을 보여준다. 사대부라는 유가적 시민상에서는 도덕적 개인과 정의로운 시민이 별개의 개념이 아니다. 사대부는 타인과 연대하는 도덕적인 인간이자, 주체적이고 참여적인 시민이다.
- 사대부는 피치자인 동시에 치자였다는 점에서 현대 민주주의 시민이 추구할 바람직한 시민상이 되기에 적합하다.  
 

3) 탈서구중심적 시민사회론

- 시민사회의 존재 여부를 판가름하는 대표적인 기준인 (1)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율적으로 모인 시민집단이 있는가?’와 (2) ‘이들 시민집단은 중앙 권력과 긴장 관계에 놓였는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유사시 충돌하는가?’를 중심으로 보면, 중국과 한국에서도 자율적으로 형성된 지역 사대부 집단이 중앙 권력과 긴장 관계를 유지하며 동양적 시민사회를 구축해 왔다고 볼 수 있다. 동양에도 오래된 시민사회 전통이 있다. 
- 우선 (1) 송 대의 사대부들이 향약의 보급과 사창제도 등 다양한 측면에서 지역사회의 자치 역량을 키운 것, 그리고 조선의 사림, 서원, 붕당 같은 지방 사대부의 네트워크 조직들은 중앙정치에 대해 자율성을 추구했던 시민사회의 존재를 보여준다(조혜인). 조혜인에 따르면, 서원국가로부터 독립된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기관으로서 공론장의 기능을 했다. 사림은 중앙정치에서 벗어나 지방에 기반을 두고 시민사회의 역할을 했다. 이들은 중앙에 대한 자율성을 가지고 자신들의 의견을 중앙에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사림은 지역공동체에서 정신적 권위를 바탕으로 리더 역할을 하면서, 민중을 국가의 핍박으로부터 보호했다.
- 또한 (2) 이들 집단은 중앙 권력과 긴장 관계에 있었다(조혜인; W. Rowe). 이에 대해 메츠거(T. Metzger), 웨이크먼(F. Wakeman), 스타인버그(D. Steinberg) 등 어떤 연구자들은 이들 지역사회 집단이 기본적으로 중앙 권력의 영향 하에 있었고, 긴장 관계가 아닌 타협적 관계에 있었기에 진정한 시민사회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또한 던컨(J. Duncan)은 서유럽에서 발흥한 '시장경제'를 세계 보편적인 '상업경제'와 구분하면서, 시민사회는 서유럽의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와 그것에 기초한 공과 사 개념 등을 전제하기 때문에 동양에는 시민사회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명청 대의 자율적인 상인 조직은 양자강 이남의 뿌리깊은 자율 지향 정신을 계승하는 만큼 자본주의적이라고 보기에 충분하며, 송 대의 서원 건립 운동은 중앙의 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지역 사대부들의 정치적 행위로 볼 수 있다. 송 대의 지역 사대부들은 잘 배우기만 한다면 모든 사람이 성인이 될 수 있다는 평등주의적 이념에 기초해 교육에 임했다. 지역 조직이 중앙 권력을 견제했다는 것을 정이와 주희가 박해를 당했다는 데서 확인할 수 있으며, 태평천국이나 동학혁명 운동에서처럼 지방 세력은 중앙 권력과 첨예하게 대립하기도 했다.
- 그런데 조혜인이나 던컨 등은 공통적으로 동양의 역사에서 서구적 시민사회의 원형을 찾을 수 있는지 여부를 논쟁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서구의 시민과 시민사회를 기준으로 그 대응물을 동아시아에서 찾으려는 시도는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문제가 있다. 서양의 경험을 표준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세계 각 지역에서 전개된 역사의 고유한 양상을 파악해야 한다. 단선적인 서구 근대성이 아닌 복수의 근대라는 개념을 세워야 한다. 예를 들어 우드사이드(A. Woodside)는 중국, 베트남 조선이 잃어버린 근대성을 논하고 있다. [우드사이드, 2012: 서구적 근대성 개념과 '고대-중세-근대'라는 직선적 발전론에만 치우쳐 동아시아를 해석하는 것은 근대성의 다양한 요소를 간과함. 근대성을 자본주의의 역사로만 바라보는 시각을 탈피하고, 근대성의 특징을 '합리성'이라고 본다면 동아시아의 관료제 사회에서 근대성이 드러남. 중국, 베트남, 한국의 관료제사회는 과거제는 능력 위주의 합리적인 관리 선발이라는 근대적 면모를 보여줌.]
- 서구 시민에 대응하는 개념으로서 군자를 제시하는 것보다, 탈 서구중심적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보면서 10세기 사대부라는 평민 관리층의 등장에 주목해야 한다. 이들 문인-시민은 지역의 이익을 대변하고, 공론에 근거해 민의를 숙의하면서 동양적 근대를 이끌어 나갔다. 신분제 세습제에서 기원한 군자 개념보다 평민 리터라띠인 사대부, 문인-시민이 오늘날의 세계 시민적 요구에 더 잘 부합한다. 
 
나종석(2012), 「헤겔과 아시아 –동아시아 근대와 서구 근대성에 대한 비판적 성찰」
- 헤겔은 동양을 "단지 한 사람만이 자유를 알고 있었을 뿐인" 전제정으로 규정하고, 자유의 진보로서의 역사를 결여한 정체된 문명으로 봄. 헤겔에게 동양의 역사는 미성년의 역사이고, 이성의 자기실현 과정의 출발점에 정체되어 있음. 헤겔에 따르면, 이는 근본적으로 동양 문명이 자유 의식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임. 이처럼 헤겔은 서구적 근대를 문명의 기준으로 설정하고 이에 의해 동아시아의 역사를 타자화함. 이는 일본이 조선을 정체, 낙후된 사회로 봄으로써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한 논리로 이어짐. 이러한 서구 중심주의적 시각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필요함.
- 동아시아의 독자적 근대의 흐름이 있었음. 당송변혁기동아시아적 근대의 출발점으로 볼 수 있고, 송대의 주자학을 동아시아적 근대의 사상적 표현으로 읽을 수 있음.
- 당송 변혁기의 중요한 특징은 세습 귀족의 몰락과 신흥 사대부 계층의 등장임. 송대 사대부는 출생 신분이 아닌 능력에 기초한 집단으로, 과거제도를 바탕으로 관료로 선발됨. 송대의 과거제도는 평민도 사대부층으로 상승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함. 
- 주자학은 네 가지 측면에서 중국 고유의 근대적 사유로 평가될 수 있음.
   (1) 천즉리(天卽理)에 의한 보편주의적 인간관의 출현: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천리가 부여되어 있으며, 누구나 각자에게 부여된 천리인 인간의 본성을 함양함으로써 도덕적 완성과 천하태평을 실현할 수 있는 주체가 될 수 있다. 누구나 배움을 통해 성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聖人可學論)은 주자학의 가장 중요한 학설의 하나이다. 주자학은 성인가학론(聖人可學論)에 입각한 일반 백성의 자발성과 자율성(선비 자율주의)을 존중하는 이론이다.
   (2) 천하위공(天下爲公)을 통한 왕권 견제의 사상: 주자학에서 공은 인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다. 주희는 사대부가 왕이나 관료의 자리에 있지 않더라도 지식인으로서 공론을 형성함으로써 정치에 관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황제의 자의적 권력 행사를 비판적으로 견제하는 활동을 사대부가 감당해야 할 역할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3) 사(士) 자발주의 혹은 향리(鄕里)공간의 형성과 발전: 남송 시대 사대부 계층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지방에서의 자율적인 활동의 공간, 즉 향리공간이 성장함. 서원은 남송 시기 선비들의 자발적인 향촌 공동체의 주되 무대로, 공론장 및 선비들 간 네트워크 형성의 장을 마련해주었다. 
   (4) 균분적인 공(公)관념에 의한 조화로운 사회의 지향: 송대 철제 농기구의 대량 생산으로 인한 농업생산력의 증대와 화폐경제 발전에 따른 상공업과 도시의 활성화 및 대외무역의 흥성의 흐름 속에서, 상업에 대한 국가의 강력한 개입을 주장한 왕안석과 달리 주희는 국가의 과도한 개입 대신 사창법 등 지방사회의 사적 재산을 공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함. 이를 통해 사대부들이 사사로움을 극복하고 공적 마음가짐을 체득할 수 있을 것으로 봄.
- "필자는 가설적으로나마 서구적 근대와 동아시아적 근대의 양상들을 포괄할 수 있는 근대(성)에 대한 재정의를 다음과 같이 할 것을 제안한다. 즉 근대를 인간의 보편적인 존엄성의 자각과 그 자각의 사회·정치적 실현이 본격적으로 출현하는 시대로 볼 것을 제안한다. 이런 근대에 대한 재정의에서 출발하여 서구적 근대와 동아시아적 근대를 인간의 자율성과 인간의 보편적 존엄성의 자각 그리고 그 실현의 상이한 유형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관점을 필자는 옹호하고 싶다" 
 
# 자유주의는 최대도덕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최대도덕 개념을 국가가 강제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각자가 생각하는 최대도덕적 이상을 더 잘 추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아닌가?
 

김형렬·김재중·김병환. (2023). 동양사상을 통한 세계시민성의 재구성. 국제이해교육연구, 18(1), 1-36.

1) 세계시민성에 내재한 서구중심주의

- 세계화의 가속과 함께 전통적인 국가시민성을 넘어서는 세계시민성이 요청된다는 데는 합의가 있음. 그러나 기존의 세계시민성 논의는 서구중심적이라는 한계를 가짐. 세계시민성에 대한 기존의 접근 방식들은 다양하게 분류되어 왔는데, 그중 주류 세계시민성 담론의 서구중심성을 넘어서 고자 하는 비판적 세계시민성 접근에서조차도 여전히 ‘근대적/식민주의적 상상력’의 틀 안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도전이 제기됨. 비판적 세계시민성에서 제안하는 대안 역시 서구의 관점에서 구성되어 서구 외부의 나머지 세계에 투사되고 있다는 것.
- 이런 맥락에서 세계시민성에 대한 ‘후기 비판적(post-critical)’ 접근에서는 ‘생각하기’의 차원을 넘어서는, 보다 근본적인 ‘관계 맺기'의 차원으로의 전환의 필요성을 주장함. 이는 서구중심주의에 대항하는 대안적 세계시민성이 인식론적 변화를 넘어 존재론적 차원의 변화를 추구해야 함을 의미함.
- 즉, 서구중심주의저 세계시민성에 대한 대안의 핵심은 서구가 아닌 다른 척도에서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다른 존재로의 전환임. 서구의 척도를 벗어나는 존재론적 변화를 수반하는 세계시민성은 기존의 세계시민성 관련 담론에서 포착되지 않았던 ‘다른’(other) 목소리, 혹은 ‘비교할 수 없는(incommensurable)’ 입장이라고 명명됨. 서구중심주의적 세계시민성을 벗어나려면 서구를 지배적 척도가 아닌 다원성 가운데의 하나로 위치시키고, 서구의 척도에서 배제되고 주변화되었던 타자들의 고유한 지위를 회복해야 함. 그동안 보편적인 것들로 간주되어 왔던 세계시민성에 대한 논의들이 실제로는 전 세계 모든 구성원들에게 보편적으로 공유되지 않는 특수한 서구의 척도에서 구성되어 왔음을 드러낼 필요가 있음.
- 동양의 전통 철학은 세계시민성에 대한 하나의 '다른' 목소리를 제공함. 특히 생기주의적 자연관과 (동양적 세계[시민]주의의 시원이라 할만한) 천하주의가 근대적/식민주의적 상상력의 틀 바깥에서 작동하는 대안적 사고유형이 될 수 있음. 
 

2) 생기주의적 자연관

- 자연을 타자화하고 정복의 대상으로 여기는 서양 근대의 기계론적 자연관과 대조적으로, 동양 문화권은 (유불도 막론하고) 자연을 살아 있는 생명체로 여기는 생기주의적 자연관을 가지고 있음. 동양에서 자연은 ‘스스로 그러한 존재’, 즉 자기발생적인 하나의 통합적인 유기체며, 쉼없는 생명 창생의 과정을 특성으로 함. 동양의 자연관에서는 생태계의 모든 존재가 단절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 생태계 내 모든 존재들의 상호연결성과 연속성을 강조하는 이러한 자연관은 인간을 자연의 한 부분으로 여김.
- 나아가 유교․불교․도가 모두 인간이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경지를 이상화함. 신유학에서는 만물일체(萬物一體)를, 도가의 만물제동(萬物齊同), 불교에서는 만물과 내가 하나임[萬物與我一體]를 이상적 경지로 제시함. 이러한 경지는 인간이 자연의 한 부분임을 전제하며, 인간과 자연을 대립시키고 인간에 의한 자연정복을 찬양하는 서양 근대의 기계론적 자연관과 확연하게 다른 대안적 사고 형태를 보여줌.
 
- 자연의 본질적 가치를 깨닫고, 생태계와의 연대감을 체험하는 일은 존재론적 변화가 수반된 세계시민성의 대표적 예가 될 수 있음. 이러한 연대 체험은 ‘생태 소양’의 단계를 제시한 여러 이론에서 가장 높은 단계의 생태 소양으로 상정되고 있음.
 

3) 천하주의

- 세계시민주의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동양의 천하주의는 천하를 한 집안으로 여겨 조화롭고 평화로운 세계를 건설하고자 하는 세계정치 이념임. 천하는 ‘온 세상’을 가리킴. 천하는 그 외부가 없는[無外] 것으로, 모든 것을 포괄한다. 모든 것은 천하 내부이며, 천하 안에서 자신과 타자를 구별하는 경계는 없다. 
- 천하주의는 국가보다 상위에 있는 세계를 척도로 세계질서를 구상하였다. 자기 국가를 중심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천하를 한 집안으로 여겨 천하의 관점에서 천하를 바라볼 것을 천하주의는 요구한다.
- 배타적 민족주의의 관점 또는 서구를 중심으로 서구 이외를 타자화하는 관점 등과 대조적으로, 천하주의에서는 모든 것이 내부이며 그 안에 있는 것은 타자가 아닌 우리라는 공동체다.
- 천하주의가 함의하는 ‘관계 이성’이 서구의 ‘개인 이성’의 대안이 될 수 있다(자오팅양, 2010). 개인 이성은 개인의 이익에 국한된 근시안적인 관점으로 인해 죄수의 딜레마, 공유지의 비극, 무임승차 등 여러 문제를 발생시킨다. 개인 이성은 경쟁하는 이성이고 관계 이성은 공존하는 이성이다. 양자의 균형과 상호 보완이 필요하다. 이러한 제안은 세계시민성에 대한 대안적 논의의 틀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