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관련 상담 및 상념
대학원 수업인데 기말과제로 누군가와 진솔한 대화를 하고 대화록 및 성찰을 작성해서 내는 독특한 수업을 들었다. 그 교수님과 기말과제를 바탕으로 면담을 했다.
(상담 관련 수업을 들으면 교수님 면담을 무조건 신청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 교수님들은 어쩌면 강의보다 상담을 잘하신다.)
말씀해주신 내용 중
- 나는 내가 동등하게 대접받는 게 중요한 사람인 거 같다. 내가 사람들을 배려하는 만큼 나도 존중받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억울한 스타일.
- 상대가 잘 받아들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안절부절해한다. 주도권이 상대에게 있다. 자꾸 상대에게 더 잘 질문하고, 더 적절하게 반응하고, 상대가 더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도록 돕는 등의 노력을 해야겠다고 썼다. 그런데 이미 충분히 배려적이고 사회성 있게 상호작용하고 있다. 그런 노력보다는 오히려 자신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하고 드러내는 노력이 필요한 거 같다. 지금처럼 하는데 상대가 못 받아들이면 상대가 문제고 그 관계를 굳이 붙들고 있을 필요 없다.
- 어찌보면 자존감이 너무 높다.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해줘야 한다는 태도.
- 세미나에서 남들보다 부족하다는 생각을 계속 했다고 하는데, 수 년 동안 그 공부를 한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도 너무 자존감이 높은 거 아닌가?
내 생각
- 내가 사회정서적으로나 학문적으로나 무능하고 노력이 필요한 것도 엄연히 사실인 거 같고, 상담해주는 사람들은 대체로 나에 대한 그런 사실들을 정확히 모르니까, 그리고 내가 높은 자존감을 갖기를 바라니까 내가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방향으로 이야기해주는 것 같다. 이러한 그들의 바람도 현명한 면이 있다. 나의 객관적인 수준이야 어떠하든 그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괴로워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의 내 수준을 담담하게 수용하는 것은 정서적으로 바람직하며, 개선을 위한 노력과 양립 가능하다. 내가 만난 여러 학생들을 떠올려보면, 나도 그들이 자신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괴로워하기보다는 당당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기를 바란다.
- 인간관계에 관련한 이런 심리적 사항들을 얼마나 중요시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심리적 건강을 위해 인간관계가 매우 중요하다는 게 경험적 사실인 거 같은데, 심리적 건강이라는 목표에 우선적으로 몰두하는 것도 맞지 않아 보인다. 그냥 어릴 때부터 식습관을 잘 잡아놓으면 커서 식생활에 대해 큰 고민 할 필요 없는 것처럼, 어릴 때부터 인간관계에 대한 태도를 잘 형성해놓아서 커서 큰 혼란을 겪지 않도록 하면 좋을 거 같다.
- 내 삶이 잘 되고 있는지 여부가 내게 가까운 사람들이 나를 잘 존중해주는 사람들인지 같은 우연적인 사실에 달려 있을 수는 없다. 어떤 상대를 만나는지에 따라 삶의 질이 휘청인다는 게 일반적인 경험이더라도, 우리는 영혼이 도달해야 할 더 중요한 목표에 몰두함으로써 그런 데 덜 휘청이는 사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