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적 독립과 책임: 토니 험프리스(2004/2006), (아는 만큼 행복이 커지는) 가족의 심리학 中
Humphreys, Tony. (2006). (아는 만큼 행복이 커지는) 가족의 심리학 (윤영삼, 역). 서울: 다산초당. (원서출판 2004)
원서제목: Leaving the Nest: What Families Are All About (구하지 못해서 한국어 번역본으로 읽음. 교보문고 e북 도서관에서 대출해 편리하게 읽음.)
도덕1 지도서 '가정 윤리' 단원에서 잠깐 인용된 책. '감정 표현' 장(7장)이 개인적으로 치유적이었어서 노트.
더 최근에 나온 이런 류의 심리학 책 있나 찾아봐야겠다.
7장 감정 표현
[1]
나쁜 감정은 없다!
하지만 나는 모든 감정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 어떤 감정도 나쁘거나 비정상적인 것은 없다. 어떤 감정이든 개인의 내면상태를 분명히 드러내는 표현일 뿐이다. 따라서 나는 좋은 감정, 나쁜 감정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나는 평온한 감정을 긍정적 감정으로, 위급한 감정을 부정적 감정으로 분류한다. (218)
- 어떤 면에서는 동의할 수 없다. 특정한 상황에서 어떤 감정을 갖는지는 그 사람이 얼마나 성숙하고 유덕한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좋은 성품을 보여주는 감정이 좋은 감정이고, 나쁜 성품을 보여주는 감정이 나쁜 감정이라고 할 수 있는 거 같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자기 감정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부덕한 사람도 자신이 부덕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정확한 자기인식과 개선이 가능하다. 여기서 말하는 수용은 규범적으로 훌륭하다고 옹호하는 것과는 다른 의미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데, 말하자면 -- 어떤 심리적 회피를 내려놓겠다는 것, 나 같은 부덕한 사람이 이런 부덕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고 여기는 것,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어떤 겸손.
[2]
감정은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
"남들 기분이 상할 수도 있잖아."
이는 위급한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도록 가장 많이 제시되는 이유다. 하지만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삭일수록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결과로 이어진다. 감정이나 말은 아무리 해치지 않지만 행동은 해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감정을 방어적으로 소통하면 상대방의 감정을 황폐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므로 감정을 어떻게 드러내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사람들은 대부분 화를 공격적인 방식으로 표현한다. 그런데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화'가 아니라 그것을 표현하면서 드러내는 '공격성'이다. 화가 난다고 배우자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꺼져! 꼴도 보기 싫어' 하고 소리치는 것은 화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자아인식에 상처를 주고 깔아뭉개려고 공격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화를 낸 원인은 흩어져버리고 충족되지 않은 욕구가 무엇인지 찾고 설명할 길은 사라진다. 그와 달리 '화'를 자신의 감정으로 받아들이고, 자신과 상대방을 배려하는 태도로 자신을 드러내 보여주고 화를 표현한다면 어떨까? 화나도록 한 위급한 문제가 쉽게 풀릴지도 모른다. 만약 화를 나게 한 이유가 의사결정 문제라면, 다음과 같이 표현해보라.
"아이 학교문제를 결정하는 데 왜 내 의견은 묻지 않는지 정말 화가 나. 앞으로 그런 문제를 결정할 때는 나도 꼭 참여하게 해줘."
남녀관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이 있다. 어느 한쪽이 애정이 식었는데도 자신의 감정 변화를 상대방에게 알려주지 못하는 경우다. 사실대로 말하면 상대방이 받아들여줄지 두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런 두려움 때문에 관계의 지속성을 의심하면서도 터놓지 못하고 결혼하는 부부들이 많다.
하지만 관계와 관련된 감정의 경우,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여기서 느끼는 진짜 두려움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냈을 때 상대방이 보일 감정적 반응을 '내가 과연 헤쳐나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결국 보호하려는 대상은 상대방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220-221)
- 화를 표현하자. 상대는 괜찮다 -- 화를 공격적으로 표현하지만 않는다면. 화를 못 표현하는 건 나를 보호하려 해서다.
- 책의 예시들은 상황이 비교적 단순한데, 화내는 것이 누가 봐도 충분히 마땅한 상황이고, 상대도 수긍할 만해 보이기 때문이다. 반면 나는 늘 내가 특정 상황에서 화내는 것이 마땅한지 아닌지 모르겠고, 실제로 상대가 공격적으로 반응할 것이 예상되어서 감정 표현을 주저하는 것 같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화가 나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이 부덕한 것일지 모르고 상대의 공격적인 반응을 살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책임질 용기를 가지는 것?
- 심리학자들의 조언과 달리, 어떨 때는 감정을 표현하기보다는 참고 혼자 잘 생각해 보면 해소되고 그게 바람직한 것 같다.
[3]
내 감정은 나에 대한 것이다
아이나 어른이나 꼭 알아야 하는 중요한 사실 중 하나가 바로 '내 감정은 언제나 나에 대한 것'이라는 점이다. 즉 자신의 사랑받고 싶은 욕구, 인정받고 싶은 욕구, 보호받고 싶은 욕구, 주목받고 싶은 욕구, 칭찬받고 싶은 욕구를 드러내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감정이 자신에 대한 것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때문에 아이들에게 가르쳐주지도 못한다.
부모들은 대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가지고 아이나 배우자를 탓하며 비난하고 꾸짖는다. '무거운 침묵'으로 자신의 기분 나쁜 감정을 전달하기도 한다. 이는 모두 자신의 감정을 다른 사람에 대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태도다. 감정은 당신 안에 있고, 따라서 감정은 당신 자신에 대한 것이다. 그런 진실을 깨닫고 자신의 감정을 자기 것으로 인정하고 책임져야 한다. 당신의 감정 때문에 남을 탓하는 것은 상대방을 공격하는 행위다. 상대방을 화나게 하거나 움츠러들게 할 뿐 당신의 욕구를 푸는 데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말에는 '자신'이 들어 있지 않다. 그런데 '자신'이 들어 있지 않은 말은 모두 남을 탓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기 때문에 늘 상대방에게 해를 입히거나 상대방을 피해 움츠리려는 메시지를 담는다. 또한 말하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의 원인, 즉 채우지 못한 욕구는 자취를 감춘다. 그런데 자신의 감정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면 소통의 형태가 전혀 달라진다.
자신의 감정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 감정이 자신에게 무엇을 말하는지 정확하게 해석하고, 자신의 느낌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며 말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부모가 늘 그렇게 말하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따라한다. 마찬가지로, 감정을 억누르거나 자신의 감정을 남의 탓으로 돌리며 비난하는 부모와 똑같이 방어적인 말을 한다. 그런 가족은 상대방의 가슴을 후비는 말을 서로 주고받으며 늘 소외당한 채 살아간다. 기분 나쁜 표정이 얼굴에서 떠나지 않는다. (223-226)
감정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라
'당신은 날 즐겁게 해'라고 말하면, 내 행복을 상대방에게 의존한다는 뜻이며 그 감정이 실제로 나에 대한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하지 못한다. 그럴 때는 '당신과 함께 있으면 (내가) 즐거워'라고 말하라. 감정을 소유한다는 것은 그것에 대한 책임까지 진다는 뜻이다. 또한 상대방이 어느 순간 멀리하거나 떠나기로 마음먹더라도 비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스스로 헤쳐나가겠다는 뜻이다. 변화에 적응하기 힘들지 모르겠지만 내 행복에 대한 책임은 내가 스스로 질 것이며, 나에 대한 행복의 책임을 상대의 어깨 위에 올려놓지 않겠다는 뜻이다. (235)
- 형식적으로는 '나'를 주어로 말하고, 자기 감정과 욕구를 말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공격적이고 위협적인 경우도 많은 것 같다. '나 전달법'에서 중요한 것은 언어적인 표현 형식보다도 진심으로 자기 감정을 상대에 대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지 여부인 것 같다. 또 그게 어려운 것 같다. 내 욕구가 충족되었거나 충족되지 못해서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 것이라는 관점을 갖는 것. '객관적으로 네가 잘못했다'는 말은 월권적일 뿐더러 그 감정의 본질이 아니다.
[4]
아무 조건 없이 감정을 표현하라
평온한 감정을 표현하는 세 번째 요령은 자신의 말에 조건을 달면 안 된다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표현을 하면서 '나도 널 사랑해'라는 반응을 기대하고 유도한다면 당신은 사랑한다는 말을 듣기 위해,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상대방을 이용하는 것이다. 감정을 표현할 때는 아무 조건 없이 진심에서 우러나는 대로 말해야 한다.
'너와 함께 있으니까 너무 좋아'라고 말하면서 상대방도 자신과 똑같이 느끼기를 바란다면, 그것 역시 상대방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상처받기를 자초하는 것이다. 이처럼 교묘하게 조건을 매달아놓은 메시지에 상대방이 '고맙기는 하지만 난 그렇지 않아'라고 대답할 경우를 생각해보라. 상대방의 솔직한 대답에 당신은 상처받을 것이다. 이는 당신이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건을 달지 않는 것은 평온한 감정을 표현할 때 가장 지키기 힘든 과제이기도 하다.
사실, 세상에 주체적인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아인식에 위협이 될까 두려워 평온한 감정을 터놓고 표현하지 못한다. 스스로 위험을 무릅쓰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먼저 감정을 드러내도록 교묘하게 조작하기도 하고, 말을 할 '적절한' 순간을 찾아 망설이기도 하고, 상대방이 먼저 접근해오기를 기다리기도 한다. 하지만 당신이 호감을 갖는 상대방도 똑같이 감정 표현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의존성과 자신감 부족으로 서로 망설이고 회피하다가 결국 감정을 드러낼 기회를 영영 잃고 만다.
수많은 사랑의 감정들이 그렇게 죽어가고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도 사라져간다. ... (237-238)
- 있는 그대로의 내 감정을 솔직하게 파악하고 표현하기. 상대가 '고맙기는 하지만 난 그렇지 않아'라고 대답하든 어떻게 대답하든 흔들리지 않을 수 있도록.
[5]
다른 사람의 감정은 나에 대한 것이 아니다
감정은 가족의 내면적 삶으로 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관문이다. 그런 접근로를 가로막으면 상대방을 알 수 없게 되고, 상대방의 정서적·사회적·지적 발달을 가로막게 된다. 다른 사람의 감정이 자신에 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면 다른 사람이 어떤 감정을 드러내도 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다. 그와 반대로, 상대방의 감정을 자신에 대한 것으로 받아들이면 자신은 물론 상대방의 자아인식을 흔드는 반응을 하게 된다.
"기분이 우울해."
아내가 이렇게 말했을 때, '내가 아내를 충분히 만족시켜주지 못했구나'라고 해석하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어떻게 해줄까?' 또는 '어쩌라고?'라는 반응이 나올 것이다. 아내의 우울증은 당신에 대한 감정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대한 감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 어쩌면 채우지 못한 욕구나 풀지 못한 갈등, 미래에 대한 불안이 아내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상대의 마음을 읽기 위해 노력하지 마라. '오늘이 마술에 걸린 그날이야?' 또는 '장모님이 아프셔서 그런가 보다' 하고 지레짐작해서는 안 된다. 그런 반응은 자신의 감정을 '무시하는' 말로 받아들일 수 있다. 오직 아내 자신만이 답을 안다.
아내의 우울한 기분은 그녀 스스로 감정의 신호가 무엇인지 발견하고 내면의 혼란을 깨달을 수 있는 기회일 뿐이다. 그녀의 기분을 배려하면서 한 발짝 물러나 있는 것이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이다. 아내를 책임지려 해서는 안 된다. 다만 도움이 되기 위해 당신이 정성을 다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도록 아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당신이 더 이상 날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서 우울해."
아내가 이렇게 말하는 경우는 어떨까? 이것이야말로 당신에 대한 것이 아닌가? 전혀 그렇지 않다. 아내는 관계에 불안을 느끼고 있으며, 남편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고 싶은 것이다. 이는 모두 아내의 욕구일 뿐이다. 이제 당신은 아내가 드러낸 불만족스런 욕구에 반응을 하든 그렇지 않든 선택을 하면 된다.
상대방이 화를 낼 때는 듣는 사람이 그것을 자신에 대한 분노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10대 아이가 외출을 했다가 저녁식사 시간을 맞추지 못하고 늦게 돌아와, 아버지가 소리를 질렀다고 생각해보자.
"어디 갔다 이제 들어와!"
이처럼 공격적으로 드러내는 화는 집에 늦게 들어온 아이에 대한 메시지로 보인다. 또 그렇게 아버지의 말을 받아들이면 아이는 뛰쳐나가거나 뿌루퉁하게 식탁에 앉아 밥을 먹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표현을 자신에 대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버지의 감정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아버지의 화난 감정은 식사시간에 맞춰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밥을 먹고 싶은 욕구나 식사시간을 지킴으로써 음식을 준비한 사람에게 감사하고 싶은 욕구를 표현한 것이다. 어쩌면 아이에게 좀더 존중받고 싶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어찌 알겠는가?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만이 자기 감정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 말할 수 있으며, 상대방이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자신이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이는 물론 귀가가 늦은 것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부모의 감정을 책임질 필요는 없다. 상대방의 감정이 전적으로 상대방 자신에 대한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는 것은 가족이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분리되는 첫걸음이다. 그런 사람의 자아에 대한 안정감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제부터는 어떤 사람이 당신에게 화를 내더라도 흔들리지 말고 안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반면 상대방의 평온한 감정 역시 전적으로 상대방 자신에 대한 것이다. (...) (243-245)
- 이런 감정적 독립이 내겐 정말 낯설고 두려운 것 같다. 나는 내가 감정을 표현하면 상대가 그걸 자기 자신에 관한 것으로 받아들이길 기대하고, 상대가 감정을 표현하면 내가 그걸 나에 대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감정적 타격을 받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의무감을 느끼는 것 같다. 이를테면 엄마가 흥분해 있는데 내가 태연하게 있으면 안 될 것 같다. 아무리 내가 잘못한 게 없고 엄마가 이상한 거라고 판단하더라도, 아무튼 심장이 내려앉아서 괴로워해야 마땅하다는 어떤 의무감을 느끼는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너는 어떻게 사이코처럼 그렇게 마음이 태연할 수 있냐고 누군가 비난할 것 같다. 감정적 분리가 정말 부족한 것 같다.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타인의 감정에 공명하도록 진화했고, 그래서 타인이 강한 감정을 느낄 때 태연하게 있기 어려운 경향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감정적 공명을 적절하게 해석하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타인의 감정을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것은, 타인의 감정을 모른척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과는 다르다. 또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 상대의 감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을 때, 부정적으로 지레짐작하며 걱정하지 말자. 상대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거다. 반대로 나도 상대가 내 감정을 이해하기를 기대하지 말고 제대로 설명을 하자.
[6]
감정 표현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방법으로는 다음과 같은 예가 있다.
-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에게 개인적인 관심을 보여라.
- 감정 표현에 휩쓸리지 말고 떨어져 있어라. (상대방의 감정은 당신에 대한 것이 아니다.)
- 감정의 이면에 숨은 욕구가 무엇인지 찾는 노력을 하라. (그것은 분명할 수도 있고 애매할 수도 있다.)
- 이름을 친근하게 불러주어라.
- 상대방의 감정이나 욕구를 책임져서는 안 된다. (단, 아이들은 예외이지만 이후 아이가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책임을 넘겨주어라.)
- 반응을 하면서 상대방을 배려하고 조건을 달지 마라. (251)
아내가 화를 내면서 '당신은 한 번도 내 곁에 있어주지 않았잖아!'라고 말한다면, 화를 낼 만한 위급한 감정이 있으며 그 말 속에 풀리지 않은 어떤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뜻이다. 말은 물론 몸짓이나 행동까지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 메시지를 자신에 대한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분리되어 있어야 한다. 숨겨진 욕구가 무엇인지 찾기 위해 다정하고 차분하게 물어보아라.
"내가 정말 한 번도 당신 곁에 없었다는 말이야?"
아마도 아내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내가 필요로 할 때마다 당신은 늘 내 곁에 없었어."
이제 대답을 통해 명확하게 드러난 욕구를 집중적으로 파고들 차례다.
"그럼 언제 내가 필요하지?"
그러면 아내의 숨겨진 욕구가 드러날 것이다.
"저녁 먹을 시간에도 들어오지 않고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 시간에도 당신은 없잖아. 그럴 때 나 혼자 있는 게 정말 싫어."
이렇게 해서 아내의 욕구가 분명히 드러났다. 하지만 당신은 아내의 욕구를 책임질 필요가 없다. 또 당신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이제 당신은 아내에게 욕구를 표현할 권리가 있으며, 당신은 그런 표현을 존중한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당신 속마음을 얘기해줘서 정말 고마워. 당신이 필요로 할 때는 집에 있도록 진짜 노력할게. 하지만 내가 시간을 맞추지 못할 때도 있을 거야. 그럴 때는 꼭 전화해서 미리 알려줄게."
그럼에도 아내가 '다시는 절대 늦으면 안 돼'와 같이 불합리한 요구를 한다면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 아내의 요구에는 '나에게 모든 것을 맞추라'는 의미가 숨어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말하라. (252)
"집에서 날 제시간에 보고 싶다는 건 이해해. 하지만 언제나 시간을 맞출 수 있다고는 장담할 수 없어.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길 수도 있고, 그건 힘들어. 하지만 늦으면 꼭 미리 전화하도록 노력할게."
사람들은 대개 자신에게 상처를 주거나, 창피스럽게 하거나, 위협하는 일이 일어났을 때 화를 낸다. 화나는 감정은 그 사람의 내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적절하며' 가족으로서 존중받고 인정받을 권리를 드러내도록 하는 힘을 준다. 하지만 상대방이 공격적으로 화낼 때는 예외다. 그때는 협상하고 대화할 것이 아니라 아예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분명하게 경고해야 한다.
"당신이 무엇 때문에 화를 내는지 듣고 싶기는 하지만,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으르렁대면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상대방이 진정되었을 때는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묻고, 화가 날 정도로 상처를 준 것이 무엇인지 말할 수 있게 도와준다. 핵심은 어떠한 감정 표현이라도 반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족 내에서 어떤 욕구들이 충족되지 않았는지 알고 싶어하며 관심을 쏟는다는 사실을 상대방이 알 수 있도록 반응해야 한다. (251-253)
- 남의 감정에 휩쓸리지 말고, 다만 그것을 그의 내면을 알게 해주는 자료로 활용할 것. 그런 방식으로 그 사람에게 관심을 보일 것. 나는 상대에게 관심을 보이는 유일한 방법은 그 사람의 감정에 휩쓸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온 듯하다. 하지만 그 사람의 감정 밖에 있는 게 서로에게 더 도움이 될 수 있겠다.